로봇청소기 전용 세제 괜찮을까? feat 가습기살균제
언론보도와 블로그를 통해 로봇청소기에 사용하는 세제의 유해성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에 물을 주입해서 사용할 때 물통 안에서 세균이 증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 및 방향 효과가 있는 제품을 함께 넣곤 했는데 여기에 유해성분이 있어서 그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에요. 2020년 7월 기준 사망 1,553명에 미파악 사망도 14,000명으로 추산되는 등 엄청나게 많은 분들께 아픔을 주었던 사건이죠.
해당 제품을 팔았던 회사들이 기소당했고, 핵심성분의 유해성이 세상이 알려지게 된 사건이에요. 이 사건이 안타까운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 가습기를 사용했고, 특히나 어린아이, 고령자, 환자 등 상대적인 노약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죠. 더 건강하기 위해서 사용한 제품이 나의 건강을 오히려 망쳤다는 사실때문에 사망자의 가족분들이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활에 사용하는 화학제품의 위해성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도록 만든 사건이죠.
가습기살균제가 로봇청소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할텐데요..
요즘 로봇청소기가 거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예전의 단순하고 제한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문턱을 자유롭게 넘는다던가, 쇼파 밑처럼 낮은 곳에서는 자동으로 센서가 감춰져 청소를 한다던가 하면서 더 깨끗하게, 집안 곳곳을 해주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바닥생활을 하는 문화이다 보니 특히 로봇청소기가 더 유용한데요. 머리카락, 먼지와 같은 이물질을 진공청소기로 모두 흡입해주고, 걸레로 닦는 것이 표준적인 청소 패턴이죠. 로봇청소기가 이 두가지를 모두 잘 해내다보니 더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집안 전체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걸레를 여러번 교체해줘야 한다는 건데, 많은 회사들이 걸레를 교체하는게 아니라 자동으로 빨아주는 기능을 구현해놓고 있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주고 있어요.하지만, 걸레를 물로만 빨면 깨끗해지지 않겠죠? 그래서 로봇청소기에는 세제통이 있고 여기서 일정량을 세제를 걸레부위에 분사해가면서 빨아서 깨끗한 청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요.
여기서 걱정이 시작됩니다. 사람이 정말 속시원하게 파악~파악~ 철썩~철썩~ 꾸우욱~ 해가면서 헹구고, 짜서 깨끗하게 걸레를 빨면 좋을텐데 로봇의 기능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는 제약이 있죠. 그러다보니 세제의 일부가 걸레에 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죠. 이 세제 찌꺼기를 걸레에 머금은 상태로 우리집 전체를 닦아주면 마르는 과정에서 세제가 공기중으로 퍼지겠죠? 그럼 마치 가습기 살균제처럼 우리 몸 속으로 흡수가 가능해질 수 있어요.
또 하나 걸레를 자동으로 세탁해주는 제품들은 청소를 마친 후 도크에서 열풍으로 걸레를 건조시켜주는 기능이 구현된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세제찌꺼기가 공기중으로 퍼지게 되는거죠.
그렇다면 확인해볼 사항은 다음 두가지인거 같습니다.
- 로봇청소기 걸레 세정제 안에 유해성분이 있는가?
- 걸레에 잔존하는 세정제가 공기중으로 퍼지는가?
우선 우리나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문제가 된 핵심 성분은 다음 세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 PHMG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 PGH (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
- CMIT / MIT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 / 메틸이소치아졸리논)
로봇청소기 회사마다 사용하는 세정제의 성분이 동일하진 않지만 국내에서 널리 판매되는 A사 제품의 정품 세정제는 다음 주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 2-벤즈아이소티아졸-3(2H)-온 (영문: Benzisothiazolinone, BIT)
- 에틸렌다이아민테트라아세트산 (EDTA)
- 계면활성제, 향료(리모넨 등)
둘 간을 비교해보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분이 들어있진 않구나 하실거에요. 그런데 사실 BIT는 CMIT / MIT와 같은 이소치아졸리논계 보존제에요. 이름이 비슷하고 같은 계열의 성분이다보니 같은 독성을 가지는게 아니냐라는게 많은 분들의 의심이죠.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어요.
| 구분 | CMIT/MIT (가습기 살균제) | BIT (로봇청소기 세정제) |
| 가습기 살균제 사용 | 문제 원인 | 사용 사례 없음 |
| 흡입 독성 | 있음 | 없음(현재까지) |
| 용도 | 살균제 | 보존제 |
| 관련 규제 | 사용 금지 | 세정제, 페인트 등에 합법 사용 |
위 표 상에서 보면 로봇청소기 세정제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어요. 게다가 로봇청소기용 세정제는 공기중으로 뿌리는 용도가 아니고 바닥용입니다. 특히 가습기는 초음파로 물 입자를 미세 에어로졸(수 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잘게 만들어 유해성분과 함께 공기중으로 날리기 때문에 미세한 입자가 폐까지 도달하는 방식이지만, 로봇청소기용 세정제는 바닥에 묻는 것이지 공기중으로 퍼지지 않습니다. 물론 바닥이 마르는 과정이나, 걸레를 열풍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공기중으로 흩어질 수 있지만 가습기처럼 폐에 직접 침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네요.
결론적으로 로봇청소기 세정제가 가습기세정제처럼 유해할 가능성은 낮은 것은 다음 세가지 이유때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는 실험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 아니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작동 구조를 보고 분석한 거니까, 그래도 걱정된다면 로봇청소기를 사용할 때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면서 이용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겠죠.
- 이유 ① 농도
- 세정제는 1:200 이상 희석
- 걸레에 남는 양은 극히 소량
- 건조 중 공기 중 농도는 측정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움
- 이유 ② 기류 구조
- 공기는 본체 내부 → 외부로 느리게 배출
- 가습기처럼 분무 방향성·확산력 없음
- 이유 ③ 노출 시간
- 가습기: 수시간~수일 연속 흡입
- 로봇청소기: 건조 시간 한정(보통 수십 분~몇 시간)
그런데 실제로 로봇청소기는 외출중에 가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면서 사용하는게 어렵죠. 저는 그래서 청소기 옆에 공기청정기를 가동시켜두곤 합니다. 물론 공기청정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요.
- ① 공기청정기가 잘 잡는 것
- PM2.5 / PM10 같은 ‘입자’
- 즉,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액적 형태의 에어로졸
- ② 지금 문제로 가정하는 것
- 걸레 건조 중:
- 물은 증발(기체 상태)
- BIT 같은 성분은 휘발성이 매우 낮음
- → 대부분은 공기 중으로 같이 날아가지 않음
- 만약 나온다 해도:
- 아주 미세한 액적에 극미량 포함될 가능성
- 👉 이 경우 HEPA 필터가 있다면 일부 포집 가능성은 있음
- 하지만 “확실하게 제거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음
- 걸레 건조 중:
- ③ 활성탄 필터는?
- 활성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용
- BIT는 VOC 성격이 거의 없음
- → 큰 기대는 어렵다
결론이 좀 허무하죠? ^^; 유해하지 않은듯 한데 그렇다고 맘놓고 안심할 수도 없으니 말이죠~
그렇다면 과감하게 세정제를 안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정답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세정제 없이 쓰면 유해성은 완전히 사라지죠. 하지만 로봇청소기 제조사에서 물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것은 피지, 음식물 기름, 먼지 등이 제대로 걸레에서 제거되지 않고, 그로 인해 걸레가 오염되어 냄새가 나거나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있구요. 내부배관이나 걸레 세척부에 점액질이 생겨서 장기적으로 막히거나 악취, 고장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즉, 안전할 순 있어도 제대로된 청소가 어렵고, 로봇청소기 마저도 버리게 된다는 거죠. 여러분이 직접 걸레를 손으로 자주 빨아서 말려서 교체해주면 되겠지만 우리가 로봇청소기를 쓰는건 편하기 위함이잖아요. 그렇다면 결국 세제를 쓸 수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추가로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세제를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세제 중에 장시간 저농도 흡입을 기준으로 검증한 제품들은 별로 없습니다. 즉,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는거죠.
전용세제는 거품을 최소화하고, 펌프, 밸브, 노즐의 막힘을 방지할 수 있는 등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도록 해주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여러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겠죠. 정품 세정제와 대체 세정제, 물만 사용하는 세가지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아요.
| 선택지 | 건강 노출 | 기기 안정성 | 불확실성 |
|---|---|---|---|
| 정품 세정제 | 낮음 (불완전 검증) | 높음 | 중간 |
| 타사 세정제 | 불명 | 낮음 | 높음 |
| 물만 사용 | 최저 | 중간 | 낮음 |
어떠셨나요? 편리함이라는게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주 안타깝네요. 멀지 않은 미래에 이 모두를 해결해주는 제품이 나올거라고 믿습니다.